
<모아나 2〉는 데이비드 데릭 주니어 감독이 연출하고 2024년 11월 디즈니가 선보인 오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입니다. 선조의 부름을 받은 모아나가 마우이와 함께 고대 섬의 저주를 깨러 떠나는 이야기로, 전편의 세계관을 더 넓은 바다로 확장합니다. 개봉 8주 만에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2024년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작 배경부터 열린 결말의 의미까지, 영화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모투페투, 설정은 크고 이야기는 짧았다
모아나 2의 핵심 배경은 모투페투라는 섬입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온 바다로 퍼져나간 출발점이자, 어느 시점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강제로 가라앉혀진 전설의 섬이죠. 모든 해류의 중심이 되는 이 섬을 찾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임무입니다. 저는 이 설정이 전편의 테 피티 심장 이야기보다 훨씬 큰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역사적 권력과 의지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명의 기원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졌다는 전제는, 단순한 모험 이야기를 넘어서 훨씬 묵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문제는 그 소재를 100분 안에 다 담으려 했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내러티브 밀도(narrative density), 즉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얼마나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아가느냐의 측면에서 이 영화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밀도란 스토리 전개에서 각 장면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의미를 축적해 가는지를 뜻합니다. 모투페투가 가라앉은 이유와 그것을 가라앉힌 존재의 동기, 그리고 왜 지금 이 섬을 되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채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설정의 깊이에 비해 서사가 그 무게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직접 본 느낌을 말하자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구현한 파도의 굴절과 빛의 투과 표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바다를 표현하는 기술력만큼은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제작배경과 이야기의 변화
모아나 2를 둘러싼 제작 배경을 알고 나면 이야기 구조의 아쉬움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이 영화는 원래 디즈니+ 오리지널 TV 시리즈로 기획된 프로젝트였습니다. 2022년부터 제작이 진행되던 중, 2024년 초 월트 디즈니 컴퍼니 CEO 밥 아이거가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극장 개봉으로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개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 분량의 TV 시리즈를 100분짜리 극장 영화로 재편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야기가 에피소드를 이어 붙인 듯한 구조적 느낌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일부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이야기의 밀도가 고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화면비에서도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0:1 화면비를 사용했는데, 극장 와이드스크린(2.39:1)보다 약간 좁고 TV 화면 비율(16:9)보다는 약간 넓은 중간 배율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이 화면비를 도입한 것이 순수한 예술적 선택이 아니라 OTT 시리즈 제작의 흔적이라는 분석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결정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모아나라는 캐릭터와 폴리네시아 세계관은 오히려 TV 시리즈로 풀어냈다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섬과 신화를 탐험하는 구조였다면, 방대한 세계관을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투페투 설정 역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극장판의 한정된 러닝타임 속에서 그 의미와 배경이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전편의 음악을 책임졌던 Lin-Manuel Miranda가 이번 작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체감되는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전편의 음악이 강한 인상을 남겼던 만큼, 그의 부재는 자연스럽게 작품의 음악적 색채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노래의 임팩트가 다소 약해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분들은 제작 환경의 변화와 프로젝트 전환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기존 세계관을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려는 시도 자체는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폴리네시아 신화와 바다라는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생각하면,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박스오피스 10억 달러, 숫자가 말해주는 것
비평적 반응은 엇갈렸지만 흥행 결과는 명확합니다. 2025년 3월 말 기준 모아나 2의 월드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은 약 10억 5,923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제작비가 1억 5,000만 달러였으니 약 7배에 달하는 수익입니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극장 흥행만으로 완전한 흑자를 기록한 것이 오랜만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평점의 괴리입니다. 로튼 토마토란 비평가 리뷰와 관객 점수를 각각 집계해 신선도(freshness) 퍼센트로 나타내는 영화 평가 집계 사이트입니다. 모아나 2의 비평가 신선도는 61%에 그쳤지만 관객 점수는 86%를 기록했습니다. 25% 포인트에 가까운 이 간극은, 영화적 완성도를 분석하는 시선과 단순히 즐기러 온 관객의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딸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이 간극을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빈틈을 느끼며 속편의 한계를 생각하고 있었고, 아이는 모아나가 다시 바다로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면서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본 셈이었고, 그것이 바로 86%라는 관객 점수가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 측면에서 보면 한국 시장 성적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만 35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OTT 동시 공개 및 극장 흥행 부진으로 고전해 온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입니다. 사모아어·타히티어·마오리어·하와이어 등 폴리네시아 4개 언어 더빙을 지원하는 문화적 접근 전략도 글로벌 흥행에 기여한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모아나 3은 이미 제작 쪽으로 방향이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딸아이가 "모아나 3도 나오겠지?"라고 물었을 때 저는 답을 주지 못했지만, 10억 달러짜리 흥행 성적이 그 답을 이미 대신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완벽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어른 눈에는 분명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 기분이 나쁘지 않고, 함께 본 사람이 즐거워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모아나 2는 영화적 완성도보다 정서적 연결로 승부한 작품이고, 그 전략은 적어도 제 딸에게만큼은 완벽하게 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