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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트리스> 테트리스의 탄생, 실화 기반 각색, 펫샵보이즈 OST

by aro321 2026. 5. 25.

이 영화는 2023년 애플 TV+에서 공개된 실화 기반 드라마 영화로, 욘 에나르 아아스 감독이 연출했다. 세계적인 퍼즐 게임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 일본 기업들이 벌인 치열한 협상과 갈등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타론 에저튼이 게임 사업가 행크 로저스를 연기하며, 철의 장막 뒤 소련을 무대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화 <테트리스> 테트리스의 탄생

<테트리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 게임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초반부였다. 1984년 소련 모스크바의 컴퓨터 과학 센터에서 알렉세이 파지노프라는 개발자가 본업이 끝난 밤마다 취미 삼아 만들던 퍼즐 게임, 그게 테트리스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일렉트로니카 60'이라는 구식 컴퓨터용으로 개발됐는데, 영화에서 그 투박한 화면과 텍스트 기반의 단순한 블록들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화려한 그래픽 하나 없이 네모난 블록 몇 개가 전부인 게임이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테트리스는 동료 개발자들이 IBM PC 호환 기종으로 이식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소련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영화에서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관계자 트리포노프가 알렉세이를 찾아와 “공무원들이 테트리스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게임이 가진 폭발적인 인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처럼 느껴진다. 나도 어렸을 때 테트리스에 빠져 밤을 새운 기억이 있어서 그 장면이 특히 공감되었다. 블록이 쌓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손가락이 바빠진다. 한 줄이 완성돼 사라질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행크 로저스가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우연히 테트리스를 접하고 컨트롤러를 놓지 못하는 장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언어도, 문화도, 나이도 상관없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게 테트리스를 특별하게 만든 핵심이다. 단순한 블록 게임이 냉전 시대의 철의 장막을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기까지, 그 시작점을 이렇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실화 기반 각색

이 작품은 게임 개발 역사와 냉전 시대 저작권 분쟁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실화 기반 영화다. 막상 보면서 "이게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라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드라마틱한 전개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행크 로저스가 정식 사업 비자도 없이 관광 비자만 들고 소련에 들어가 저작권 협상을 벌이고, KGB 요원들에게 미행당하고, 마지막엔 공항까지 차량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들은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다만 알려진 제작 비하인드와 관련 인터뷰에 따르면, 이런 장면들 상당수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각색되거나 창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GB와의 추격전은 실제 역사와 차이가 있는 장면으로 전해지고, 영화의 메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발렌틴 트리포노프 역시 가상의 캐릭터다. 행크의 아내 아케미가 주일 소련 대사관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설정도 실제 기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르바초프가 맥스웰 부자의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장면도 실제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는 시각이 있다. 닌텐도와의 계약 성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는 미야모토 시게루가 영화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런 각색들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건 분명하다. 냉전 시대 소련의 폐쇄적인 분위기, 철의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협상, 여러 세력이 서로를 속고 배신하는 저작권 전쟁을 할리우드식 스릴러로 풀어낸 방식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로 즐기되, 보고 난 뒤 실제 역사를 따로 찾아보면 영화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펫샵보이즈 OST

<테트리스>의 사운드트랙은 80년대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면서 영화의 감정선을 한층 끌어올린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흘러나오는 펫샵보이즈의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 코로베이니키 리믹스 버전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코로베이니키는 원래 19세기 러시아 민요다. 테트리스 게임보이 버전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인데, 이 멜로디를 펫샵보이즈 특유의 신스팝 스타일로 리믹스한 건 센스 있는 선택이었다. 가사 자체가 "당신에겐 두뇌가 있고 나에겐 외모가 있으니, 돈을 많이 벌자"라는 냉소적인 자본주의적 내용인데, 소련 붕괴라는 역사적 결말과 함께 들으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탄생한 게임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되는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를 이 한 곡이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Europe의 "The Final Countdown"이 모스크바 클럽 장면에서 흘러나올 때는 억압된 체제 속에서도 변화를 꿈꾸는 분위기가 화면 가득 전해졌다. 제목 자체가 소련 체제의 종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선곡의 의도가 읽혔다. 론 발프가 담당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긴장감 넘치는 협상 장면과 추격 장면에서 심장을 조이는 역할을 해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의 음악은 배경으로 깔리는 수준을 넘어, 시대적 맥락과 캐릭터의 감정, 이야기의 주제 의식까지 효과적으로 연결해 주는 핵심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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